골드만삭스 ‘2035년 30%’ 뒤의 조건: 하나금융연구소가 짚은 K휴머노이드 밸류체인의 병목
하나금융연구소가 7월 12일 공개한 ‘7월 월간 산업 이슈’ 보고서는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와 60조 원대 민간 투자를 근거로 한국이 ‘글로벌 로봇 제조 허브’로 도약할 여지를 진단하면서도,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의존과 일본산 감속기·정밀모터 독점이라는 구조적 병목을 함께 지목했다. 골드만삭스가 얹은 ‘2035년 세계 휴머노이드 생산 30%’ 전망을 현실화하려면 양산 역량 확보와 핵심 부품 국산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자동차·로봇 부품 기술이 60~70% 겹치는 점을 발판으로 에스엘·HL만도 등 30여 부품사가 로봇으로 체질 전환에 나섰다는 대목도 담겼다.
- 2035년 韓 세계 휴머노이드 생산 30%골드만삭스 전망
- 삼성 영남권 60조·국민성장펀드 16조민간 투자
- 자동차·로봇 60~70% 일치부품 기술 중첩
- 에스엘·HL만도 등 30여 곳전환 부품사
한국 로봇 산업의 장밋빛 서사에 숫자가 하나 더 붙었다. 골드만삭스가 “한국이 2035년까지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의 30%를 책임질 것”이라는 낙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7월 12일 스카이데일리에 소개된 ‘7월 월간 산업 이슈’ 보고서에서 이 전망을 인용하며,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가 국내 로봇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장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보고서의 무게중심은 장밋빛 전망 자체보다, 그 전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조건’을 냉정하게 짚은 데 있다.
정부 구상의 골격은 ‘3M 전략’으로 요약된다. 제조업 전반의 AI 전환(M.AX), 로봇 핵심 부품 국산화와 요소 기술 확보(Master), 대량 생산 구조 완성(Mass Production)의 세 축이다. 여기에 민간이 화답하며 밸류체인 형성에 돌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은 구미를 비롯한 대경권을 피지컬 AI 거점으로 삼아 휴머노이드 생산 라인을 별도로 구축하겠다는 구상이고,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을 생산·부품 클러스터로 지목해 자동차 제조 역량을 로보틱스로 이식 중이며, SK는 대규모 연산 인프라를 제공하는 파트너로 참여한다. 삼성의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60조 원, 제조업 AI 전환을 겨냥한 ‘국민성장펀드-M.AX 프론티어’ 16조 원 등 정책 자금도 잇따라 시동을 걸었다. 조선비즈는 같은 날 김용범 정책실장이 반도체·피지컬 AI·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한국 경제의 장기 추세 변화”로 규정했다고 전했다.
보고서가 정색하고 지적한 것은 생태계 내부의 구조적 병목, 곧 ‘미국·일본 의존도’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엔비디아 의존이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엔비디아는 ‘아이작(Isaac)’, ‘그루트(GR00T)’ 같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국내 휴머노이드 기업 상당수도 그 플랫폼 위에서 구동되는 처지라는 것이다. 하드웨어에서는 일본의 벽이 여전히 높다. 김종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감속기(하모닉 드라이브), 액추에이터, 정밀 모터 등 핵심 부품 시장은 여전히 일본의 독점 체제가 공고하다”며, 낮은 부품 국산화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보고서가 기회의 문으로 지목한 것은 한국이 축적해 온 자동차 부품 제조 인프라다. 로봇 구동에 필요한 모터·감속기·센서 등 핵심 부품은 자동차 부품 기술과 60~70%가량 일치하는데, 이 교집합 덕분에 에스엘·HL만도 등 현대차 1차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부품사 30여 곳이 로봇 부품으로 본격적인 체질 전환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런 정밀 하드웨어 양산 역량은 독보적인 소프트웨어를 갖고도 이를 구현할 제조 파트너를 찾는 미국 로봇 기업들에게 한국을 매력적인 대안으로 만든다. 이 지점에서 부품사들의 사업 축이 로봇으로 넓어지는 흐름은 관련 종목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강세 시각도 거론된다. 다만 이는 정책 집행 속도와 실제 수주 성과에 좌우되는 추정·의견이며, 부품 기술의 중첩이 곧바로 물량과 이익으로 전환된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는 신중론이 함께 붙는다. 자동차 부품사의 로봇 전환이라는 공급망 서사는 자매지 모빌리티체인(mobilitychain.kr)에서 더 촘촘히 다룬다.
결국 이번 보고서의 메시지는 “연구실 기술이 아니라 양산 체제의 속도가 승부를 가른다”로 모인다. 골드만삭스의 30% 전망도, 60조 원대 투자 계획도, 독일·일본과의 양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실행력과 민·관 공조가 담보돼야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김종현 연구원은 클러스터가 단순한 공장 부지 제공을 넘어 앵커기업과 중소 부품사 간 실증 지원 생태계로 기능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피지컬 AI의 ‘기술 소비국’에 머물지, 세계 휴머노이드의 30%를 찍어내는 ‘제조 허브’로 도약할지는, 발표된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집행하는 속도와 연속성에 달려 있다는 진단으로 읽힌다.
※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기술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인용한 전망·수치는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와 골드만삭스 전망 등 출처에 근거한 추정으로 확정된 사실이 아니며, 판단과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다.